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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의 "테크 프리뷰" - SW 회사 뭘 먹고 사나
2005. 12. 20

글쓴이를 기억해 주는 고마운 분들이 꽤 많은 것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물론 기억하는 모습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떠한 분들은 “책의 저자”로 어떠한 분들은 “방송강의 전문가”로 어떠한 분들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사장”으로 말이다.

“책의 저자”나 “IT 방송 전문가”로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제 책의 저자나 IT 방송 전문가로 활동하지 않은지 벌써 5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제는 이전의 모습은 잊어주시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사장”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사장으로서 평소에 느낀 점들이다.

SW 회사 양식은 제품 판매? No!

IT 업계,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에 오래 몸 담고 있었던 분들에게 요즈음 들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SW 회사는 무얼 먹고 사는가”이다. 대부분의 답변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판매(라이선스공급)하거나, 또는 인력을 공급하고 그 대가를 받아서 산다”이다. 이 답은 몇 %나 맞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이 답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SW 회사는 제품라이선스, 유지보수, 교육, 컨설팅으로 먹고 산다”라는 말이 더욱 맞는 이야기다.

SW 회사가 제품 라이선스 외에 유지보수, 교육, 컨설팅이라고 하는 항목을 통하여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 이유가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와 SW를 비교해보면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자동차는 고객이 제품을 구입(라이선스구매)하고 구입한 순간부터 운용하기 위해서 기름을 넣거나(운영), 차량이 메이커의 실수로 고장이 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메이커의 보증(하자보수)를 받게 되고,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면 자비로 정비(유지보수)를 하게 되고 새로운 차량이 나오면 차량을 신규구입(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부품을 구입하여 장착(커스터마이징)하고, 새로운 사람이 이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거나(교육), 만약 더 잘 활용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특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컨설팅)을 이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동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관련 산업이 올리는 매출과 수입은 단순한 제품판매 뿐 아니라 정비/정유/부품/교육/컨설팅/편의용품/튜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산업이 선순환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차산업과 우리나라 SW업계의 현실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비교하기 위하여 2005년 4월 28일 전자신문이 조사한 SW 기업 인식도 설문조사를 자동차 산업에 적용시켜 보자.

“50%의 이상의 자동차 기업이 자동차 권장소비자가의 70% 미만만 받고 있으며, 소비자입장에서의 무조건적인 디스카운트 또는 서비스 요구가 50%를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모든 튜닝을 자동차 회사가 책임지고 해주어야 하고 또한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도 무료정비를 해주어야 하며, 가끔 있는 정상적 정비비용 역시 비현실적이어서 정상적인 정비공장 운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 이러하다면 아무리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 서비스 마인드가 충만한 기업이라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외국에 나가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적인 브랜드를 높이는 일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참으로 다행인 사실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발전일로에 있어 위에서 언급한 상황과는 다른 희망적인 상황이라는 것이고, 참으로 가슴이 아픈 사실은 대한민국의 SW산업의 현실이 바로 위에 언급한 비참한 상황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참한 상황에서 순환고리는 언제나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신규 판매 없으면 바로 '존폐 위기'

대한민국의 SW 기업이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규 라이선스 판매/유지보수/교육/컨설팅 중, 유일하게 망하지 않는 방법은 “신규 라이센스 판매”를 더 많이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업체간 과당경쟁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과당경쟁은 가격의 끊임없는 하락과 품질의 저하,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형편없는 서비스와 품질을 경험한 고객은 SW 기업을 믿지 않게 된다.

SW 기업을 믿지 않는 고객에게 SW를 판매하기 위해서 가격을 더 낮추고 유지보수/교육/컨설팅 등의 무료서비스를 울며 겨자먹기로 제공하고, 품질과 서비스의 질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시발점은 고객이 아니라 SW기업에게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얼마나 많은 SW 기업이 고객에게 한 약속 모두를 지켰는가를 생각해보면 SW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SW 기업의 자의든 타의였던 간에 SW 기업에게 속았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SW기 업의 의견을 하루 아침에 믿을 수 없으니, SW 기업이 제시한 가격이나 일정이나 유지보수 정책을 도끼눈으로 바라보며 속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어떻게 하면 속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외국은 우리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외산 SW를 선호하고 대기업은 믿을 수 있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대기업 SI 업체를 선호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대한민국에 있는 자동차산업과 SW 산업의 상황이 달라도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는 그 차이가 고객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산업은 고객의 믿음을 얻고 있는 반면, SW 산업은 고객의 믿음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신뢰 없이는 서비스 판매 없다

필자의 회사는 2002년부터 일본기업에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하여 근래에 들어서는 눈에 보일 만큼의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수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일본의 고객이 SW 기업을 믿고 있다”라는 점이다.

하자보수는 SW 기업이 책임지고 해줄 것이라는 믿음. 따라서 하자보수가 아닌 유지보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 대가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SW 기업이 약속을 하면 믿을 수 있다라는 믿음. 이러한 믿음이 신규 라이센스와 별도로 유지보수비용 1년치를 선지불하게 하고, 높은 비용의 교육과 컨설팅을 유료로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의 믿음을 얻는 것이야 말로 악순환의 고리를 탈출하는 첫 번째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SW 산업이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SW 기업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SW 기업이 고객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지를 감시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고, 나아가 다른 SW 기업에 의해 믿음을 잃은 고객을 보호하는 고객보호공제조합과 같은 장치적인 방법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후에서야 고객이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이제부터 너를 믿어보마”라는 말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손을 벌리는 것 같아 정부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지만, SW 기업이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큰 역할이 정부에게도 지워져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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