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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철의 "테크 프리뷰" - DMB로 바라본 '화끈한 IT강국, 대한민국'
2005. 12. 09

요즈음 IT업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와이브로 그리고 DMB이다. 와이브로와 DMB라고 하는 기술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한다.

글쓴이 역시 와이브로와 DMB가 우리나라의 장래 먹거리가 되리라는 것에 대하여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점점 세상이 모바일화 되어가면서 그리고 개인화 되어가면서 필요한 데이터 네트워킹과 정보의 욕구를 가장 쉽게 해결해주는 방송이 바로 와이브로와 DMB이니 말이다.

그런데 와이브로는 아직 서비스 이전이라 불만보다는 기대감이 더 많이 나타나는 반면에, DMB는 꽤 말들이 많은 편이다. 위성DMB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반년이 되어가고 지상파 DMB는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실제 위성DMB는 비판의 목소리보다는 “이게 DMB라는거야? 신기하다” 정도의 수준의 반응이 나타났다면 지상파 DMB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꽤 여러 가지 이슈로 시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두 가지 이슈가 가장 크게 나타났었는데 첫 번째는 이동통신사가 지상파 DMB폰을 출시하는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DMB중계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걸 누가 돈을 내느냐의 문제이다.

돈들여 공짜로 서비스했더니 욕만 먹네?
첫 번째 이슈의 가장 큰 원인은 지상파 DMB가 무료라는 점이다. 이동통신사는 DMB에 관련된 전화기를 판매하여 이익을 봐야 하는데 지상파DMB폰의 경우에는 이동통신사에게 오히려 손해다.

왜 손해가 나는지는 위성DMB와 비교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위성DMB는 한 달에 13,000원이라는 비용을 사용자가 납부하게 되어 있다. 이중 25%를 대리점에 주고 나머지는 이동통신사와 위성 DMB회사가 나누어 가진다. 이에 비해서 지상파 DMB는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으므로 대리점에 줄 돈도 없고 이동통신사나 DMB회사가 가질 돈도 없다.

오히려 핸드폰에 지상파 DMB기능을 붙여 놓으면 지상파 DMB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객들의 “DMB가 잘 안 나와요”라던가 “방송이 왜 이 모양이냐”라고 하는 고객의 불평불만을 모두 이동통신사가 떠 안을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콜센터에서 전화 한번 받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700원 에서 1000원 사이라고 하는데, 이 비용을 모두 이동통신사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슈의 가장 큰 원인은 지상파 DMB를 언제 어디에서나 잘 보기 위해서 갭필러라고 하는 장비를 지하철을 포함한 곳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1차 목표인 지하철과 지방 대도시에서 지상파 DMB를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만 약 3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정도로 큰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 또한 지상파 DMB가 무료이다 보니 재원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수도권에서만 DMB를 즐길 수 있다. 재원조달방법은 정부 및 단말기제조업체 방송사 등이 협의를 통하여 도출되었다고 한다.

두 가지 문제만을 살펴본다면 지상파 DMB의 정식서비스는 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바일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단말기와 커버리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니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는 핸드폰이 없는 상태에서 지방 내려가면 못 본다고? 문제가 많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DMB라고 하는 새로운 서비스의 상황과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글쓴이는 생각한다. 또한 DMB라고 하는 서비스를 단지 “단말기가 휴대폰이라며?”라는 이유로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동통신서비스와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단순한 비교를 해서도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사실 DMB는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사생아와 같은 기술이다(이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상황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개발할 수 있었던 기술이라고 해야 정확할는지 모른다.

HDTV와 DMB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에는 정부와 방송사기술진간의 HDTV규격 논란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글쓴이의 기억으로는 정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북미권의 수출과 한국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에 유리한 미국식 HDTV규격을 표준으로 제정하였고, 이 규격의 가장 큰 단점인 “이동간의 TV수신”의 문제점을 방송사기술진이 본격적으로 이의제기를 하면서 나타난 의견충돌이었다.

HDTV규격과 DMB가 무슨 상관이냐 라고 묻는 독자들이 있을 텐데, 정부에서는 가정에서 시청하는 HDTV규격은 미국식으로 가고 이동간의 TV수신은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절충안을 냈고, 이에 따라서 유럽식 디지털오디오인 DAB를 연구하다가 오디오만 디지털로 방송하지 말고 비디오도 방송해보자라고 해서 개발된 기술이 바로 DMB이다.

이 DMB라고 하는 기술을 개발한 후에 위성을 쏘아 올리고, 지상에 DMB망을 설치하고 방송 사업자를 선정하고 단말기 회사들이 투자를 하는 등의 일들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졌고 드디어 DMB방송 정식서비스를 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이 역시 IT강국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 번째는 정부가 HDTV규격을 북미규격으로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이러이러한 것이 문제이다”라고 제기한 방송사기술진의 엔지니어로써의 표현, 그리고 이렇게 기술적인 내용을 기술적인 문제라고 인식한 국민들의 IT마인드이다.

이러한 엔지니어의 역할과 국민의 IT마인드가 DMB라고 하는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정부가 HDTV규격을 정했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져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낸다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두 번째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상용화하는 일사분란함이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하고 방송사업자를 선정하여 시험서비스를 하고 각종 단말기를 개발하고 정식서비스를 시작하는데 걸린 기간은 해당 아이디어가 나온 차세대 디지털 방송표준 포럼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2001년도부터 생각하더라도 채 5년이 안되었다.

어떤 TV광고처럼 “한국사람들은 밥을 빨리 먹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100년 걸릴 일을 20년만에 해냅니다”라는 문구처럼 정말 빠른 속도로 진행해 온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기대와 용감함이다. 사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게 되면 기술수용주기이론에 따라서 기술을 수용하는 기간이 적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년씩 걸리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러한 이론은 대한민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중에서도 젊은 소비자들- 마치 얼리어뎁터라도 된 듯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활용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기라던가 사용기와 같은 글을 인터넷을 통하여 퍼뜨리고 이러한 지식들은 다시 확대재생산되어 새로운 IT트랜드와 새로운 생활문화를 만들어 낸다. IT가 생활을 바꾼다라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외국언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IT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 국민
앞서 언급한 이동통신사의 지상파 DMB취급문제와 지상파 DMB의 커버리지의 문제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일이 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풀어질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IT기술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에게 지상파 DMB핸드폰을 취급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고 커버리지 역시 늘리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자연스럽게 두 가지 문제는 풀리게 될 것이라고 글쓴이는 확신한다. 또한 지상파 DMB 정식서비스를 발표한 의사결정권자들 역시 글쓴이와 비슷하게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힘을 믿고 저지른(?)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사람들은 너무 빨리 변하는 대한민국이 불편하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초속 100Mb의 인터넷을 즐기며 2.4Mb의 EV-DO망을 이용하여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HDTV로 연예인의 땀구멍까지 보며 수다를 떨고, 달리는 100Km의 차에서 DMB방송을 즐기는 대한민국이 글쓴이는 즐겁고 앞으로 어떠한 기술이 또 우리 생활에 들어올까를 생각하면 두근두근 기대까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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